지난 10여 년간 아이들과 함께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을 보내며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최근 이 고민의 중심에 챗GPT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들어오면서, 학부모님과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히 “편리한 도구니까 써보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자칫 아이들의 사고력을 저해할 수 있기에, 저는 교육 현장에서 챗GPT를 어떻게 올바르게 접목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왔습니다.
12년의 경험으로 체감한 ‘생각의 근육’과 기술의 상관관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문해력’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문해력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길러집니다.
이 과정에 챗GPT가 개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생각의 생략’입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할 때나 글쓰기 연습을 할 때, 스스로 고민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매끄러운 문장을 그대로 복제하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사고력은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방법론을 바꿔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교육 현장에서 제안하는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질문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 단순히 “동화 한 편 써줘”가 아니라, “내가 쓴 문장에서 어색한 표현이 있어?” 혹은 “이 단어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느낌의 단어는 뭐가 있을까?”와 같은 질문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 비판적 사고의 연습: AI가 내놓은 답변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입니다.
* 창의적 아이디어의 브레인스토밍: 글쓰기 막막함이 올 때, 소재를 찾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 여행을 주제로 한 세 가지 다른 분위기의 도입부를 제안해줘”와 같은 방식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적용하며 느낀 ‘과도기적 교육법’
실제로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활동할 때, 저는 챗GPT를 활용한 특별한 독서 후 활동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책을 읽고 느낌을 써봐”라고 했다면, 이제는 AI와 대화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아이들이 쓴 짧은 글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AI가 내놓은 답변들을 보며 아이와 함께 토론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분명합니다.
1. 어휘력 확장: 스스로 생각하기 어려웠던 표현을 인공지능의 예시를 통해 학습할 수 있습니다.
2. 다양한 관점 습득: 내가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경험하며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3. 자기주도적 교정: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가이드라인입니다. 기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다루는 주체로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우리 아이의 문해력을 지키며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법
많은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결국 AI가 해주는 걸 보고 자라면 공부를 안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해 ‘도구와 주체의 분리’로 답하고 싶습니다.
계산기가 있다고 해서 수학적 사고를 포기하지 않듯이, 인공지능이 있다고 해서 글쓰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전보다 더 고차원적인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바로 ‘질문하는 능력(Prompt Engineering)’과 ‘선별하는 능력’입니다.
학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실천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적 노출: 저학년의 경우, 직접적인 활용보다는 부모님이 먼저 활용해보며 어떤 질문이 유용한지 경험하게 해주세요.
*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집중: 아이가 쓴 글을 AI로 교정할 때, “어느 부분이 왜 바뀌었는지”를 아이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 아날로그와의 균형: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만큼, 손으로 직접 쓰고 생각하는 ‘깊이 읽기’ 시간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챗GPT는 강력한 엔진을 가진 자동차와 같습니다. 운전자가 어디로 갈지 결정하고 핸들을 조작할 때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하듯, 우리 아이들이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설계가 병행될 때 이 기술은 진정한 교육의 도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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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초등학생이 챗GPT를 활용해 숙제를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단순히 정답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면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확장하거나, 문장의 표현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등 ‘사고의 도구’로 활용하도록 지도한다면 오히려 창의적인 사고를 돕는 좋은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저학년 아이들도 챗GPT를 활용한 교육에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저학년은 직접적인 기술 활용보다는 부모님이나 교사의 지도 아래 ‘대화형 학습’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거나, 이야기의 다음 장면을 함께 상상해보는 과정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어휘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챗GPT가 써준 글과 아이가 직접 쓴 글을 어떻게 구분하고 지도해야 하나요?
결과물 자체보다 ‘수정하는 과정’에 집중해 주세요. 인공지능의 제안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은 마음에 드는데 저 문장은 우리 말투와 다르네?”라고 아이가 판단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기술의 결과물을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챗GPT를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가장 큰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비판적 수용’입니다. 인공지능은 가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제공된 정보를 그대로 믿기보다 “이 내용이 정말 맞을까?”라고 의심해보고 검증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